[사용기] FEKER 홀리 판다 스위치+아크릴 키보드+키캡 리뷰
고오급 키보드를 만들 때, 스위치를 고정해주는 보강판으로 많이 사용하는 소재로 알루미늄, 황동, 아크릴 등이 있습니다. 그 중 아크릴 보강판은 키감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이 많죠.
최근에 올라온 아크릴 키보드 리뷰를 보고선 뽐이 와서, 알리를 돌아다니다가 아크릴 보강판+넘패드조합의 키보드를 찾았어요.
근데 이 키보드를 만드는 브랜드 FEKER에 대해 약간 소개해볼 겸, 키캡 2세트+키보드 키트+스위치를 모두 FEKER로 맞춰보았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쓰시는 분들이 많이들 갈축으로 입문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갈축을 쓰다보면 항상 '걸림'이 부족한게 아쉽습니다.
그 아쉬움을 해소해보고자 구천을 떠돌며 정보를 모으다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Drop Holy Panda입니다.
https://drop.com/buy/drop-invyr-holy-panda-mechanical-switches
이 스위치는 넌클릭 계열 스위치에서, '끝판왕'이나 '졸업'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는 스위치입니다.
다만 가격이 스위치 2세트를 사고도 남을 가격이라, 혹시 비싼 돈 주고 산 스위치가 마음에 안들까 걱정이 먼저 앞서게 되죠.
한편, 중국에서는....
당연하다시피 이 홀리판다 스위치를 복각하여 만든 스위치가 나오고,
그 계열 스위치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고 유명한 스위치가 FEKER holy panda입니다.
(줄여서 짭판이라고 합시다.)
https://ko.aliexpress.com/item/1005001465081803.html
짭판과 YOK Trash Purple Panda+Halo Clear 슬라이더 조합 스위치의 비교 사진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우선 스프링 길이가 보입니다.
사진 용량 한계로 잘 보이진 않지만, 스위치를 역방향으로 체결했을 때 로고가 바른 방향으로 보입니다.
원본 홀리 판다 슬라이더와 비교입니다.
플라스틱 사출된 디테일이 원본에 비해 좀 부족하지만, 크고 둥근 돌기는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스프링: 상단부터 FEKER Holy Panda v2, SPRiT M2 68g, YOK Trash Panda, Cherry MX Black Hyperglide)
전체적인 비교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건 스프링 길이 차이었습니다.
Drop 홈페이지의 원본 스위치 분해 사진과, 제가 가진 스위치와는 다르게
짭판은 스프링이 이중 스프링이죠. 길이도 더 길어요.
이번에 리뷰하는 FEKER holy panda가 v2인 이유인 것 같습니다.
v1은 Drop holy panda와 비슷하게 생긴 스프링을 썼으나 한 봉투에서 나온 스위치들의 압력이 서로 다르거나, 어떤 경우는 하부 하우징의 접점부가 불량해서 걸림이 약한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스프링을 바꾼 이유는 아무래도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한 것 같습니다.
키보드 키트의 구성품은 USB-C to USB-A 케이블, 스위치풀러/키캡 풀러, 샘플 스위치, 키보드 키트
그리고 사진에는 안나온 ABS 키캡 세트가 들어있습니다.
기본 제공되는 ABS키캡은 OEM 프로파일로, 체리 프로파일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사출 흔적 등 퀄리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테빌라이저 형식은 체리식 스테빌라이저입니다. 키캡놀이하기 좋은 스테빌라이저죠. 근데 스위치 방향이 역방향이라 체리 프로파일 키캡을 사용할 때 좀 불편한건 마이너스 포인트입니다. 그 와중에 스테빌라이저 윤활이 충분한 편도 아니라, 개인적으로 다시 윤활해야했습니다.
USB C 타입 단자 위치는 약간 좌측으로 쏠려있네요.
키보드의 각도 조절은 하부 범폰의 높이 차를 주어 조절했는데, 각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부 범폰 퀄리티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꽤 매끌매끌하거든요. 근데 바닥에 내려놓으면 미끄러지지 않고.... 어쨌거나 고정은 됩니다. 아크릴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크릴 자체에 유격이나 휨은 없네요.
같이 산 PBT 이중사출 키캡입니다. 사출흔적이 좀 남아있고, 약간 글자가 번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3만원짜리 키캡 치고는 구성도 나쁘지 않아요.
(겸사겸사 같이 산 PBT 염료승화 키캡은 이중사출 키캡에 비해 감촉이 상당히 부드럽습니다. 마치 실크를 만지는 느낌.)
한고무와 사이즈 비교입니다. 넘패드 기본 장착이면서 좌우 폭은 한고무보다 약간 좁습니다. 물론 TKL치고 한고무가 베젤이 두꺼워서 뚱뚱한 편이긴 합니다.
다만 98키 배열은 기능키 중 PrtSc, ScrLk, Pause 등이 빠진 것, insert와 Delete는 넘패드에 토글된 키를 사용해야 하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판매자에게 혹시 펌웨어 변경이 되냐고 물어보긴 했는데... 어째 QMK같은 공용 펌웨어 얘기가 미리 고지되지 않은 것을 보면 약간 어려워보이네요.
Feker holy panda v2 + Feker Glaze98 (machinic O2) + Feker Emerald Forest PBT doubleshot (OEM profile)
짭판 스위치는 초기 스프링 압력이 상당히 높아서, 스위치를 누르는 데 처음에 손가락이 힘이 좀 들어가지만, 일정 이상의 힘을 받으면 슬라이더가 바닥까지 때리는 데에 순식간입니다. 슬라이더가 바닥을 때리는 소리는 상당히 경쾌한 편이고요.(이 특징은 원본 홀리 판다도 비슷합니다.)
키보드 덕후분들이 아크릴 보강판이 키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고 하는데, 이 점이 짭판이 바닥을 때릴 때 생기는 감촉과 어우러져 우레탄 코트에 농구공을 튕기는 느낌을 줍니다.
다만 짭판의 슬라이더가 원위치로 돌아올 때 상부 하우징을 때리는 소리+OEM키캡의 큰 울림공간으로 약간 울리는 소리가 나는데, 내가 들을 때는 경쾌한 타이핑소리고 남이 들을 때는 거슬리는 사무실 빌런일 것 같습니다.
총평: 집에서 혼자 놀기하며 쓰기에 상당히 훌륭한 가성비 조합입니다.
Glaze 98 키보드 키트는 쓰다 보니 단점만 주욱 나열했지만, 다시 보면 저것 밖에 단점이 없습니다.
아크릴 보강판의 단단한 맛과 화려한 LED, 넘패드 그리고 TKL정도의 좁은 폭까지 만족하는 키보드입니다.
세세한 부분은 아쉽지만 전체적인 조건을 만족하며, 다른 아크릴 키보드 대비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한 가성비 조합입니다. 특히 아크릴 보강판의 단단한 키감과 짭판의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 상당히 자 어울립니다.
키캡은 저도 처음 산 키캡이라 잘 모르겠지만, 키보드에 기본으로 주는 키캡보다 확실히 더 고급스러우며 타이핑하는 재미를 늘려줍니다.
추가
한고무 자랑을 하고싶었습니다.
프로그레시브 스프링과 PBT 염료승화키캡의 조합덕인지 부드럽고 쫀득쫀득한게 찹쌀떡을 연상하게 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프로그레시브 스프링 특성상 입력압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타이핑을 하다가 약간이라도 잘못 건들면 그대로 입력되네요.